[잇츠데일리 =최수일기자] 2025년 이후 기업들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인재 확보 경쟁에 집중했다. 좋은 인재를 얼마나 많이 채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그리고 그로 인해 효용성이 떨어진 직원들을 어떻게 잘 떠나보낼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조직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생성형 AI는 기획, 번역, 상담, 보고서 작성, 마케팅, 디자인 업무까지 대체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위해 조직 축소에 들어갔다.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과 플랫폼 기업들은 수천 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국내 기업들 역시 희망퇴직과 조직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과정에서 조직 전체가 불안에 휩싸여 오히려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기업들은 채용을 잘하는데 집중했다. 좋은 복지와 연봉,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인재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AI가 발전함에 따라 그런 지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미국 생산 확대 사례는 기업들이 기존처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자동화 중심 체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공장은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설비를 적극 도입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테슬라는 약 1만 4천명 감원, 구글 약 1만 2천명 감원, 제너럴모터스 수천명 감원 등이 발표되었다. 이는 기존의 노동집약적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로봇·스마트팩토리 중심의 고효율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McKinsey & Company는 2030년까지 현재 업무의 약 30% 수준이 자동화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산업의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인재관리 담당자들은 어떻게 직원을 갈등 없이 퇴사시킬 것인가. 남은 직원들의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조직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특히 최근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아 있는 직원들의 감정이다. 해고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조직 내부에 퍼지는 불안과 냉소다. 직원들은 누가 회사를 떠나는지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한다. 오늘 동료가 사라졌다면 내일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때 조직 안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말을 아끼기 시작한다. 도전보다 생존을 선택한다. 협업보다 눈치를 본다. 책임보다 방어에 집중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조직의 에너지는 급격히 떨어진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람을 줄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조용한 해고(Quiet Firing)’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직접 해고하지는 않지만 승진 제외, 업무 축소, 평가 압박 등을 통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은 더 효율적인 조직을 원한다. 하지만 사람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다. 사람은 분위기를 기억한다. 떠나는 방식도 기억한다. 회사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최근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인간 중심 접근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인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소통, 전직 지원 프로그램, 심리 케어, 리더 코칭 등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리더십의 중요성도 그 만큼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업무를 줄일 수 있지만 사람의 불안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불안정하면 직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리더의 태도다. 리더가 침묵하는가.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가. 직원들의 감정을 무시하는가. 책임을 회피하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존중을 잃지 않는 조직은 위기 이후 더 강한 신뢰를 얻는다. 결국 사람들은 회사의 성장보다 회사를 운영하는 태도를 기억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앞으로는 사람을 얼마나 똑똑하게 관리하느냐보다 얼마나 인간적으로 대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기업의 고민은 어떻게 사람을 뽑을 것인가였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의 진짜 고민은 달라지고 있다. 어떻게 사람을 떠나보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그리고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가. AI 시대의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재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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