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데일리 =이호 기자]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부서진 셔터와 깨진 외벽 타일로 상처투성이였던 서울서부지방법원이 1년 9개월 만에 일상을 되찾았다. 재판과 민원 업무는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청사에는 통합관제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법원은 다음 달 대규모 시위대의 청사 진입을 가정한 경찰과의 합동 모의훈련까지 앞두고 있다.
김태업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은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의 서면 질의에 대한 28일자 답변서에서 이 같은 회복 과정을 설명하며 “재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형 75명, 최고 징역 5년사태 관련 재판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 김 법원장에 따르면 2025년 3월 10일 피고인 6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시작으로, 올해 9월 23일 현재 135명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다. 이 중 130명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형이 확정됐다.
선고 결과를 보면 75명이 징역 10개월에서 5년에 이르는 실형을 받았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55명, 벌금형 3명, 선고유예 2명이었다. 적용 죄명은 현주건조물방화미수와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이다.
김 법원장은 사태 나흘 만에 긴급 발령을 받고 부임했다. 그는 당시 법원에 대해 “부서지고 깨진 상흔만이 가득했다”고 떠올렸다. 담당 법관을 찾겠다며 판사실까지 뒤진 데 대해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비판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김 법원장은 재판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재판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비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폭력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신뢰 회복의 해법으로는 법원 스스로의 태도를 꼽았다. 그는 “믿음과 신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공평무사한 태도로 일하면서, 법원을 찾는 모든 국민에 대한 측은지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관제센터·500만 화소 CCTV…보안 체계 재정비청사 복구에는 총 11억7500여만원이 들었다. 사태 당시 후문 입간판과 외벽 타일, 현관 셔터가 부서졌고 당직실을 비롯한 내부 시설도 크게 망가졌다. 법원행정처는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복구 비용 회수에 나선 상태다.
보안 체계는 한층 촘촘해졌다. 법원은 현관 셔터를 교체하고 주차관리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통합관제센터를 열어 500만 화소 CCTV로 청사 안팎을 지켜보고 있다. 법원보안관리대의 상황 유형별 대응 요령도 개정해 대규모 소요 사태에 대비했다.
법원 구성원을 위한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법원은 사태 직후 직원들에게 긴급 심리 지원 서비스와 개인별 맞춤형 상담을 제공했다. 담당 법관에 대해서는 경찰의 경호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김 법원장은 “이후에도 그러한 위협이 있을 경우 해당 법관이나 직원에 대해 같은 유형의 경호 프로그램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안 “입법 논의 진행 중”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펴낸 ‘1·19 폭동 사건 백서’에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이나 전자장치 부착, 보증금 납부, 특정인 접근 금지 같은 조건을 지키면 집행을 미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 법원장은 “백서를 준비하면서 현행 구속영장 제도의 발부 또는 기각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도 하나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며 “현재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복도에 ‘서부갤러리’…“법관도 바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달라”법원은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4층 복도에 ‘서부갤러리’를 꾸며 관내 연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법원을 찾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언론에는 정확한 보도를 주문했다. 김 법원장은 “법원은 사회적 관심 사건을 재판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의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면서도 “미디어의 다양성으로 언론 생태계가 변하고 있지만 바르고 정확한 보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법관에 대해서도 바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 2월까지다. 그는 남은 기간 “법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관과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답변서를 이렇게 맺었다. “법원은 늘 국민 편에 서 있고, 이를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얽혀 법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지만, 법원 구성원 모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한 부분은 칭찬해 주시고, 잘못한 부분은 질책해 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