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플라스틱 감축 노력 평가… 이마트 ‘C’ 홈플러스⋅롯데마트 ‘F’

0
153
[그린피스]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 2020

[잇츠데일리= 최문근기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4일 국내 5대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노력을 평가한 결과 이마트를 제외한 4개 업체가 마트 모두 ‘F’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마트도 ‘C’ 점수에 머물렀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8년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스페인, 대만 등의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순위를 발표해왔다. 

이번 대형마트 조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지난 2018년 환경부와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은 5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는 그린피스가 펴낸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에 실렸다. 

그린피스가 4일 발표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 

보고서의 설문 항목은 크게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PB상품 및 협력사와 협업을 통한 감축 노력 ▲소비자 참여 유도 및 사내 감축 노력으로 나뉘었으며, 각 항목은 다시 감축, 투명성, 혁신, 정책의 4가지 기준에 따라 세부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5대 마트가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낙제점을 받았다.  

마트별 종합 점수 공개 

시장 점유율 1위인 이마트는 5개 마트 중 가장 높은 종합점수인 ‘C’를 받았다. 제조사와 협력해 우유 2팩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손잡이 달린 비닐봉지를 얇은 띠로 변경하고, 전통시장에 다회용 장바구니를 무상 제공하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선진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이 혁신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명성 부문에 있어서도 매장과 자사 제품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집계, 관리하고 공개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 대조를 이뤘다. 다른 마트들은 속비닐을 제외한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마트의 경우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은 다회용 장바구니 보급과 플라스틱 회수함 설치 등 기존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 점유율 2, 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나란히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홈플러스의 경우 사내에서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한 눈에 띄는 조치가 없었다. 롯데마트는 마트 내에 빈병 수거함을 비치했다고 답했으며, 녹색소비자연대와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 협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롯데마트 매장(베트남 호찌민)에서는 비닐 포장 대신 바나나 잎으로 포장한 채소를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국내 마트에서는 비견할 만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지 않았다. 

하나로마트 역시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하나로마트는 정부의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 이후 생분해 비닐 및 종이 봉투를 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 ‘매립’의 비율이 국내는 4.6%에 그치고 대부분 소각된다는 점 때문에 유효한 대안으로 보기 어려웠다. 매립된다 해도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는 실제 자연환경과 거리가 멀다. 하나로마트는 또한 주기적인 업체 간담회를 통해 공급자에게 추가 포장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메가마트는 정부의 합성수지 연차별 줄이기 제도에 참여하여 플라스틱 합성수지 사용량을 매년 25%씩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목표 대비 실제로 얼마나 감축을 했는가에 대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협력사와의 협업 및 소비자 참여 유도 측면에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어떠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아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 소비자에 선택권 주는 해외 마트들 

국내 마트들의 저조한 성적은 적극적인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해외 대형마트와 크게 대비된다. 그린피스가 2018년 설문을 진행했던 영국 10대 마트 중 모리슨(Morrisons), 테스코(Tesco), 웨이트로즈(Waitrose), 세인즈버리(Sainsbury’s) 등 4곳은 소비자가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면 고기나 생선 등의 제품을 담아갈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곡물, 말린 과일 등을 소분해 판매하는 대신 디스펜서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 다회용 용기에 담아가게 하는 시스템과 과일 포장재를 없애기 위해 껍질에 미세 레이저로 산지 정보를 새기는 레이저 라벨링 등은 해외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영국 대형마트 웨이트로즈 옥스포드 지점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리필 스테이션’. 소비자는 개인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제품을 담아갈 수 있다. (제공: 그린피스) 

지난해 말 영국 2위 대형마트인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아이슬란드(Iceland)는 2018년부터 매년 자체브랜드의 플라스틱 포장을 20%씩 줄여 2023년까지 완전히 제거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영국 1위 대형마트인 테스코(Tesco) 역시 지난 1월, 과대 묶음 포장된 참치캔, 스프 등의 제품을 더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인즈(Heinz), 그린자이언트(Green Giant), 존웨스트(John West) 등의 제조사들 역시 테스코에 납품하는 제품의 묶음 포장을 없애기로 했다. 

영국 10대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목표 (출처= Checking out on plastics, Greenpeace UK)

김이서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그동안 대형마트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처리와 그에 따른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며, “유통사는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포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줄이기를 강제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대형마트는 PB상품을 직접 제조하고 유통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제조사의 제품을 매대에 올릴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요 3사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첨예한 환경 과제인 플라스틱 줄이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제 국내 마트들도 해외 마트처럼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4일부터 2주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전광판을 통해 대형마트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점수를 시민에게 공개한다.